[한국기업회생협회 윤병운 회장 칼럼) 상장폐지 기준 강화 시대, 기업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기업구조조정과 M&A가 만드는 '계속기업가치 회복'의 해법

당신의 기업이 동전주이나거 시가총액 200억원 이하 기업입니까?

아직도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 액면주식병합, 유상증자, 감자 등의 행위로 연명하고 계십니까?

한국기업회생협회 윤병운 회장

 

[중소기업연합뉴스]윤병운 칼럼니스트 =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추진하는 상장폐지 제도 개편은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 상향, 동전주 관리 강화, 자본잠식과 공시위반 요건 강화 등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그동안 실질적인 경쟁력보다 상장사라는 지위만 유지하며 반복적인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 잦은 최대주주 변경, 테마성 사업 발표에 의존해 온 기업들에게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방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번 제도 개편을 바라보며 한 가지 중요한 과제를 함께 생각하게 된다. 정부는 부실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기준은 명확하게 제시했지만,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은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은 제도만으로 가능하지만, 기업을 다시 살리는 일은 전문가의 경험과 전략, 그리고 이해관계자의 협력이 함께 이루어져야만 가능하다.

 

오늘날 많은 한계기업이 가장 크게 착각하는 부분은 '상장폐지를 피하는 것'과 '기업을 살리는 것'을 동일한 개념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상장유지는 결과일 뿐 목적이 될 수 없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가장 먼저 회복해야 하는 것은 주가가 아니라 계속기업가치(Going Concern Value)이다.

 

주가가 1,000원 미만으로 하락한 기업의 대부분은 이미 시장으로부터 미래 성장성에 대한 신뢰를 잃은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식병합이나 감자, 단기적인 유상증자만으로 주가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린다고 해서 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복적인 자금조달은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를 희석시키고 시장의 신뢰를 더욱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 정상화의 출발점은 주가 관리가 아니라 기업의 현재 상태를 객관적으로 진단하는 것이다.

필자는 기업구조조정 현장에서 가장 먼저 '8단계 회생 프로세스'를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첫 번째 단계는 상장폐지 위험 진단이다. 주가와 시가총액만이 아니라 자본잠식률, 차입금 만기 구조, 공시 리스크, 최대주주 지배구조, 소송과 우발채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기업이 직면한 위험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어떤 처방도 효과를 거둘 수 없다.

 

두 번째 단계는 13주 현금흐름 분석이다. 기업이 언제 자금 부족에 직면하는지 모른다면 구조조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회계상 흑자를 기록하더라도 현금이 부족하면 기업은 정상적인 영업을 지속할 수 없다. 따라서 최소 13주 단위의 현금 유입과 유출을 분석하여 생존 가능 기간을 객관적으로 산정해야 한다.

 

세 번째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재편이다. 모든 사업을 살리려는 접근은 결국 모든 사업을 함께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 적자를 지속하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기술력과 시장성이 높은 핵심 사업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구조조정은 규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강화하는 과정이다.

 

네 번째는 자산 매각과 유동성 확보이다. 유휴 부동산, 비핵심 자회사, 불필요한 설비와 투자자산을 전략적으로 매각하여 운영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급매가 아니라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자산을 재배치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채무구조 개선이다. 많은 기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시간을 벌려고 하지만, 채무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신규 투자금은 대부분 기존 부채 상환에 사용될 뿐이다. 금융기관과의 만기 연장, 금리 조정, 출자전환, 채무재조정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여섯 번째는 전략적 투자자 유치이다. 기업이 보유한 기술, 특허, 브랜드, 생산시설, 고객 네트워크는 훌륭한 투자 자산이다.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는 단순히 자금을 공급하는 존재가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함께 높이는 성장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일곱 번째는 M&A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M&A를 실패기업의 마지막 선택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M&A가 가장 효과적인 회생 전략 가운데 하나로 활용된다. 기업가치가 남아 있을 때 전략적 인수자를 찾는다면 기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고, 투자자와 채권자 역시 더 높은 회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 여덟 번째는 법적 구조조정 제도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기업회생절차, ARS, Pre-ARS, 워크아웃 등은 기업을 청산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정상영업을 유지하면서 채무를 조정하고 기업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제도이다. 중요한 것은 위기가 심화된 이후가 아니라 회생 가능성이 남아 있을 때 조기에 활용하는 것이다.

 

필자는 오랜 기간 기업회생과 M&A 현장에서 수많은 기업을 자문하면서 한 가지 공통된 사실을 확인했다. 성공적으로 회생한 기업은 단순히 비용을 줄인 기업이 아니었다. 사업을 다시 설계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며,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한 기업이었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이 200억 원 이하로 하락한 제조기업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기업이 주식병합과 전환사채 발행만으로 위기를 넘기려 한다면 잠시 시간을 벌 수는 있겠지만, 결국 같은 문제를 반복하게 된다. 반면 적자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며, 금융기관과 채무를 재조정하고,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한 뒤 동종 업계와의 M&A를 추진한다면 기업의 체질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이때 주가 상승은 인위적으로 만든 결과가 아니라 시장이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한 자연스러운 결과가 된다.

 

정부의 상장폐지 기준 강화는 분명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투자자 보호는 부실기업을 빠르게 퇴출시키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회생 가능한 기업을 조기에 발굴하고 정상화하여 기업의 가치와 일자리, 기술, 협력업체 생태계를 함께 지켜내는 것 또한 중요한 공공적 가치이다.

 

이제는 '상장을 유지하는 기술'이 아니라 '기업가치를 회복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대다. 기업의 생존은 주가를 관리하는 능력이 아니라 현금흐름을 개선하고, 사업을 재편하며, 재무구조를 혁신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실행력에서 결정된다.

앞으로 대한민국 자본시장은 버티는 기업이 아니라 변화하는 기업을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기업구조조정과 M&A라는 두 개의 축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상장폐지 기준 강화 시대에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과 재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해법이라고 확신한다.

작성 2026.07.18 11:27 수정 2026.07.1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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