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다고 멈춘 것은 아니다

한완규 목사, 신앙 에세이 《자라나는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펴내



사람은 언제 자라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눈에 띄는 변화가 있어야 성장한 것일까. 같은 문제 앞에서 다시 흔들리고, 오랫동안 기도했는데도 형편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동안의 시간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일까.


한완규 목사가 신앙 에세이 자라나는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를 펴낸다. 부제는 길이 보이지 않는 날에도 하나님과 사람 곁에 머무는 믿음이다. 책은 모두 312쪽으로, 부크크에서 출간된다. 책은 내가 보던 것이 전부가 아닐 때’, ‘길이 보이지 않는 동안’, ‘손에 힘이 들어갈 때’, ‘사람 곁에 머무는 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라나는 것들5부로 구성됐다.


책의 제목은 목회 현장에서 만난 한 사람의 작은 변화에서 시작됐다.

예전 같으면 오래 마음에 담아 두었을 말을 듣고도 곧바로 맞서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내세우기보다 상대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었던 사람이 있었다. 특별한 사건도 아니었고, 그 사람이 스스로 달라졌다고 말한 것도 아니었다. 저자는 대화가 끝난 뒤에야 그 작은 변화를 알아보았다.


그 장면은 사람의 성장을 바라보던 저자의 시선을 되돌려 놓았다.

신앙의 변화는 언제나 눈에 잘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예전보다 미워하는 시간이 조금 짧아지고, 자기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서도 한 사람의 성장은 나타난다. 교회 안에서도 다른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 않고 자기 말을 앞세우기보다 한 번 더 들으며,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맡은 일을 조용히 감당하는 변화가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주보에 기록하거나 사진으로 남기기 어렵다.


자라나는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러한 눈에 잘 띄지 않는 삶의 장면들을 따라간다.

예배당 의자와 사람의 얼굴, 길이 막힌 순간과 누군가의 손, 병실과 식탁, 꺼진 마이크와 시들어 가는 꽃까지 평범한 일상의 장면이 글의 출발점이 된다. 그 곁에 성경의 이야기가 놓이고, 익숙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믿음과 교회, 관계와 기다림을 다시 묻는다.


책에는 믿음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곳, 질문이 늙지 않는 사람, 사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 교회라고 말할 때, 상처의 말이 내 혀가 되지 않도록, 한 사람 더 앉을 수 있는 식탁, 자라나는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등의 글이 실렸다.

특히 저자는 목회자의 자리에서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데 머물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함께 돌아본다. 사람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조급했고, 쉽게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속에서는 이미 결론을 내렸으며, 누군가의 말을 끝까지 들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상대가 말을 마치기 전에 대답을 준비했던 자신을 고백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목회자는 완성된 답을 가진 사람이라기보다 여전히 배우고 있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오랫동안 대답을 기다리면서도 자기 자리를 떠나지 않았던 사람, 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맡은 일을 감당했던 사람, 상처를 받은 뒤에도 상처의 말을 닮지 않으려고 애썼던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들은 언제나 흔들리지 않았던 사람들이 아니었다. 지치고 서운한 날도 있었고, 풀리지 않는 질문을 품고 살아야 했지만 아주 떠나지는 않았다.

그들을 만나며 저자는 뜻밖의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나는 말씀을 전하러 갔다가 그들의 삶 앞에서 말씀을 다시 들었다.”


이 한 문장은 자라나는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가 어떤 책인지를 잘 보여준다. 목회자가 성도들에게 들려주는 교훈을 모은 책이라기보다, 목회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기다림과 흔들림, 관계와 신앙을 바라보면서 저자 자신이 다시 믿음을 배워 가는 기록에 가깝다.


책은 사람을 빨리 바꾸는 방법이나 기다리면 모든 일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 내 눈에 보이는 모습이 정말 한 사람의 전부인지 묻는다.


오래 믿었지만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흔들리는 자신에게 실망한 사람, 가까운 사람의 변화를 기다리다 지친 사람, 오랫동안 교회를 섬기면서도 자신의 믿음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한 이들에게 저자는 조금 천천히 자신과 다른 사람을 바라보자고 권한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서 독자들이 자신의 걸어온 시간을 너무 빨리 헛되었다고 말하지 않고, 곁에 있는 사람의 삶 역시 조금 천천히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적는다. 그리고 짧게 덧붙인다.


나도 아직 배우는 중이다.”


자라나는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멈춘 것은 아니다.

작성 2026.08.12 14:30 수정 2026.08.1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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