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이면 도심 공원과 강변 산책로를 달리는 러닝 크루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유명 산의 등산로와 정상에서도 같은 색상의 운동복을 입고 단체 사진을 찍는 등산 모임이 눈에 띈다.
혼자 하던 운동을 여럿이 함께 즐기고 서로의 성취를 응원하는 모습은 건강한 여가문화의 확산이라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참여자가 늘고 유행이 대중화되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처음에는 활기차고 세련된 취미로 인식됐지만 일부 참여자의 과도한 행동이 알려지면서 러닝 크루와 등산 모임 전체에 대한 피로감과 반감도 커지고 있다.
여러 명이 보행로를 가로막고 달리거나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행동, 좁은 등산로에서 길을 양보하지 않는 모습, 정상의 주요 공간을 오랫동안 차지하며 사진을 촬영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운동이 개인의 건강을 넘어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순간 긍정적이었던 유행의 이미지는 빠르게 흔들린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러닝 크루 민폐’, ‘등산객 혐오’와 같은 자극적인 표현까지 등장한다. 물론 일부의 잘못된 행동을 전체 참여자의 문제로 일반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용히 질서를 지키며 운동하는 사람이 훨씬 많고, 환경정화 활동이나 초보자 지원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모임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특정 문화에 대한 조롱과 반감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해당 유행이 대중의 피로가 쌓이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일 수 있다.
대부분의 유행은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처음에는 소수의 취향으로 시작해 새로움과 개성을 인정받는다. 이후 유명인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참여자가 급증하고 관련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한다.
시장이 커지면 유행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지만, 동시에 과시와 경쟁도 강해진다. 어느 브랜드의 장비를 사용하는지, 얼마나 빠르게 달렸는지, 어느 산의 정상에 올랐는지가 활동의 즐거움보다 중요해지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인증문화도 이러한 변화를 부추긴다. 운동의 과정과 건강한 성취를 공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보여주기 위한 사진과 영상이 목적이 되면 공간을 함께 이용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는 뒤로 밀리기 쉽다.
산 정상은 촬영장이 되고 공원은 단체 훈련장이 된다. 평범하게 걷거나 쉬고 싶은 시민은 자신이 공공장소의 방해물이 된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이 같은 경험이 반복되면 불만은 특정 행동을 넘어 집단 전체를 향하게 된다.
그러나 유행이 끝나간다는 말이 등산과 러닝 자체가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걷고 달리며 자연을 찾는 활동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생활문화다. 사라지는 것은 운동이 아니라 과도한 열기와 과시적 소비, 유행에 편승한 참여 방식일 가능성이 크다. 분위기에 휩쓸려 시작한 사람은 다른 유행으로 이동하지만, 운동의 본질적인 즐거움을 발견한 사람은 계속 산을 오르고 달릴 것이다.
유행이 일시적인 현상에 머물지 않고 지속 가능한 문화로 정착하려면 참여자들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러닝 크루는 보행자를 우선하고 여러 줄로 도로를 점유하지 않아야 한다. 야간에는 소음을 줄이고 안전장비를 갖추며 속도가 다른 시민을 배려해야 한다.
등산 모임 역시 좁은 길에서 무리하게 추월하지 않고 정상이나 전망대를 독점하지 않으며 쓰레기와 자연 훼손 문제에도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모임을 운영하는 리더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록과 참여 인원을 자랑하기에 앞서 안전수칙과 공공예절을 안내하고, 민원이 발생했을 때 구성원의 행동을 점검해야 한다. 기업과 브랜드도 유행을 이용한 판매에만 집중하기보다 올바른 운동문화와 공공장소 이용수칙을 함께 알릴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은 등산이나 러닝이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다. 유행의 정점에서 혐오와 조롱이 나타나는 이유는 활동이 지나치게 커졌기 때문이 아니라 일부 참여자가 공공의 공간을 자신의 무대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건강한 취미가 오래 사랑받는 문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화려한 장비나 빠른 기록이 아니다. 함께 사용하는 길에서 한 걸음 비켜서는 배려와 자신을 드러내려는 욕망을 조절하는 절제다.
유행은 사람을 모으지만 문화는 사람을 존중할 때 만들어진다. 등산과 러닝 크루가 일시적인 열풍을 넘어 건강한 공동체로 남을 수 있을지는 얼마나 많이 달리고 높은 곳에 오르느냐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과 공간을 얼마나 존중하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