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영어는 달라야 한다 - Well-Being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에서 이야기하는 웰빙

 가끔 영어단어가 한국에 들어와 제한적 의미로만 쓰여서 원래 의미가 희미해지는 경우가 있다. ‘well-being’도 그런 단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웰빙’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등록되지 않은 단어로, 복지나 좋은 삶을 추구하는 정도로 쓰인다.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영어원서에서는 그리스어 ‘eudaimonia’의 영어 대체어로 표시하고 있다. ‘에우다이모니아’는 그리스 철학에 관심 있으면 알만한 단어로 보통 행복으로 번역한다. 하지만 행복이라는 단어와는 조금 뜻이 다르다. 

 어떤 그리스 철학책에서는 죽을 때 만족한다고까지 번역하는데, 덕과 삶의 행위가 일치하는 것을 ‘에우다이모니아’라 부른다. 가끔 한국어로 인해 오해받는 그리스 철학이 있는데, 이는 번역의 문제라기보다 언어의 한계일 수 있다. 문화에 따라 다른 어휘가 발달하고 다른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래서 그 어휘가 담고 있는 미묘한 뜻을 번역가가 최대한 골라서 표현해도 읽는 이가 다르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well-being’도 즐겁게 사는 것이라기보다 덕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어 사전을 찾아봐도 행복만 있는 것이 아니라 건강이나 안락하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에서 ‘well-being’은 존재의 맥락에서 쓰인 단어이다. ‘being’자체가 존재라는 의미를 품고 있고, 책의 제목인 ‘to be’와도 맥이 닿는 말이다. 소유를 추구하는 사람이 ‘웰빙’을 추구한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시절 철학자들은 감각적인 자극적인 즐거움을 즐기는 것은 노예나 자유인이나 다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웰빙’ 추구는 자유인만이 가능하다고 봤다. 그래서 자유인만이 사고할 수 있다고 봤고 선거와 같은 민주주의를 추구할 권리도 자유인에게 있다고만 보았다. 이런 맥락에서 자극적인 즐거움만 즐기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고대와 달리 현대는 눈에 보이는 신분 계급은 사라졌다. 하지만 스스로가 노예가 되어 사는 사람이 있고 자유인으로 살려는 사람은 있는 것 같다. 자유인으로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원하는 것이 진짜인지,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이 정말 어떤 것인지 생각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인간의 고민을 잘 표현한 공상 과학 영화들이 많다. ‘매트릭스’를 비롯한 영화들은 우리가 사는 세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질문한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정말 가짜라기보다 누군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한다. 

 

 원래 예술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에 질문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것을 예술로 표현해서 우리가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추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문학자들은 이런 질문에 대해 답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인문학이 필요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주류에 영합하는 학문은 인문학이 아니다. 독자적으로 질문을 찾고 가설을 세우고 답을 찾아가는 것이 인문학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인류가 지금보다 더 나은 상태로 살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은 상태인 것은 물질적이거나 소유가 아닌 정신적이거나 존재의 관점에서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인간은 이기적인 면과 이타적인 면 모든 본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하지만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이기적으로 되기 쉽고 소외되기 쉽다. 이런 소외감을 물질로 채우려 하지만 소외감은 더 깊어진다. 이런 현상을 이해하고 조금은 덜 힘들도록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인문학이 할 일이다.

 

 꽤 오래전부터 한국에서 인문학 관련 행사나 강좌를 많이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삶이 편안하고 건강하고 행복해졌는지 생각해 보면 나는 아닌 것 같다. 주변 사람을 한 번 둘러 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이 내 눈에는 여전히 많이 보인다. 

 에리히 프롬이 말한 것처럼 소유하는 게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철학 한 자락 쥐고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을 삶에서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성 2025.11.16 08:13 수정 2025.11.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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